수비로 승부 보려던 OKC의 계산 착오

놀라웠던 건, 3점슛이 강점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원정에서 30.6%의 3점 성공률에 그쳤을 때, 그들은 경기에서 이길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다른 신념은 다른 운명을 만든다. MCW 후기 관리자는 레이커스를 상대한 이번 경기가 썬더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본다. 썬더는 결코 서부판 보스턴 셀틱스가 될 수 없으며, 3점슛에만 의존하는 플레이로는 강팀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3점슛의 쾌감은 중독성이 있지만, 젊고 잠재력 있는 팀이라면 오히려 그런 방식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이날 썬더의 3점슛 난조는 레이커스의 수비 때문이 아니었다. 레이커스는 사실상 강한 수비 압박을 하지 않았고, 페인트존 보호를 우선시했다. 대부분의 수비수들이 한 발짝 물러서며 돌파는 막고, 외곽 슛은 일부러 열어줬다. 썬더 선수들은 시즌 내내 그렇게 넓은 외곽 공간을 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오히려 그 열린 찬스들이 선수들의 리듬을 망가뜨렸다. 시즌 3점 성공률 39.5%의 빅맨 체트 홈그렌조차 앤서니 데이비스에게 외곽을 방임받자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평소 3점에 약한 조쉬 기디, 바실리예 미치치, 루겐츠 도트는 오히려 이날 상대적으로 괜찮은 슈팅 감각을 보였지만, 팀이 점수를 쫓기 위해 이들이 무리하게 3점을 던지게 된 시점부터 이미 썬더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 아무리 정확한 슈터라도 슬럼프는 찾아오고,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한순간 전체적으로 슛감이 무너질 수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정규 시즌이라는 점에서 한 경기 패배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썬더가 이대로 전술을 고수한다면, 플레이오프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되었을 때는 “그냥 슛이 안 들어갔다”는 말로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독서보다 여행이 낫고, 여행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낫고, 그보다 더 나은 건 명인의 조언을 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썬더가 슈팅이 침묵한 날에도 레이커스와 마지막 순간까지 접전을 펼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했다.

MCW 후기 기자의 현장 관찰에 따르면, 그 긍정적 신호는 수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키 196cm의 제일런 윌리엄스가 파워포워드 포지션을 소화하며, 전체적으로 체격에서 열세인 썬더가 레이커스의 피지컬에 밀리지 않고 수비를 해냈다. 이는 수비에 있어 체격이 전부가 아니며, 실제 몸싸움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썬더의 포워드진은 신장은 작지만, 대등한 접촉 상황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도트는 상반기에 르브론 제임스를 쉽게 풀어주지 않았고, 체격이 가벼워 보이는 홈그렌도 데이비스의 파워를 여러 차례 견뎌내며 몇몇 장면에서는 데이비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윌리엄스 또한 작지만 단단한 체형으로 크리스천 우드와 루이 하치무라와의 매치업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처럼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한 수비는 썬더가 경기 내내 레이커스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해주었다. 전반 대부분은 오히려 썬더가 앞서는 장면도 있었다. 물론 홈그렌은 부상 방지를 위해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팀의 림 프로텍터로서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또 썬더는 전문 백업 센터가 없어 윌리엄스가 스몰볼 5번으로 나서는 등, 수비 전술상 큰 도전을 맞았다.

특히 켄리치 윌리엄스가 센터로 나설 때, 데이비스는 골밑에서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고, 르브론도 본격적으로 움직이며 컷인과 오프 더 볼 플레이로 썬더 수비를 붕괴시켰다. 결국 썬더는 3쿼터 중반부터 점수 차가 벌어졌고, 4쿼터에서는 반격의 힘이 부족했다. 패배의 원인은 수비가 아닌, 레이커스의 전환 공격에 있었다. 이 전환 공격은 썬더가 외곽에서 무리하게 던진 3점슛 실패와 잦은 턴오버에서 비롯된 것이다.

MCW 후기 관리자는 이 부분이야말로 썬더가 가장 깊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